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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정보

신소장품전 《그리고 우리는 거의 잃어버렸다》
신소장품전 《그리고 우리는 거의 잃어버렸다》
일시 2023-06-01 ~ 2023-10-15
관람시간 09:00 ~ 18:00
장소 제1기획전시실 | 제2기획전시실 | 상설전시실 | 특별전시실
주최 제주현대미술관
주관 제주현대미술관
문의 064-710-7801

그리고 우리는 거의 잃어버렸다.
신소장품전《그리고 우리는 거의 잃어버렸다》는 미술관이 지난 2022년에 수집한 작품들로 구성한 전시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간단치 않듯이 미술관의 소장품 또한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 ‘수집대상 작품’으로 최종 결정되어 미술관으로 들어온다. 따라서 ‘소장품’으로 소개되는 작품은 한 층위의 특별함을 더 지닌 채 관람객들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Primordial, 숲이라는 이름에 묻힌 나무, 달의 당김, 먹(玄) 달항아리, 숨 20-17, 분청사기덤벙문호, 무명천 할머니, 아이들의 싸움 방법, 웃어점쪄, 회색공간, 환영_개복_별빛이 흐른다, 너영나영_산지천, 목격자 Ⅱ, JMOCA-#8, 시대의 자화상, 거짓 관계, 환희, 헬레보루스와 그라벨리아, 나를 꼬옥 안아주세요, 022MA1023 dreaming book(논어), 황우치 해변, 오션 머신, 유동하는 땅, 떠다니는 마음: 테셀에서 제주까지, Garden


이름만으로도 작품이 지닌 의미와 주제의 다채로움이 그려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별적 감상을 넘어 같은 시기에 미술관에 들어오게 된 이 전체 작품들의 만남에 어떤 필연성을 부여하여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보고자 한다.
현실의 많은 부분이 어떤 연유와 흐름이 있기에 지금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가 특정한 이야기를 계속 반복해 보여주고 들려준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겹치는 소리와 장면이 있다. 우선, 기술의 확장과 변환을 통해서 여전히 자연이 소환된다. 불완전한 인간의 존재성에 대비되는 숭고한 세계에 대한 경외가 보여지는가 하면, 과거의 가혹했던 시간에 대한 애도의 목소리가 계속해 들려온다. 또한, 고유하고 본질적인 것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움직임이, 정신적 자유를 이끄는 상상과 판타지의 세계가 다채롭게 전개된다. 그리고 이 거듭 반복되는 이야기로부터 지금 시대에 사라져 가는 어떤 중요한 것의 소멸과 상실의 징후를 보게 된다.
하지만 존재가 희미해졌다고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현재가 무언가의 부재 상태로 계속 흘러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말과 의식, 행동의 침묵을 멈추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고유하고 본질적인 것을 잃더라도 삶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묻게 된다. 그렇게 흘러가게 두어도 괜찮은지? 잊히고 잃게 되어 나는 누구인지, 우리 각자의 삶은 무엇이었다고 주저함 없이 말할 수 없어도 괜찮은지? 이번 전시는 ‘한계’와 ‘숭고’, ‘집단기억’, ‘질문과 방향’, ‘판타지와 이야기’라는 다섯 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그 답에 접근하고자 한다. 전시명인 ‘그리고 우리는 거의 잃어버렸다’는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시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에서 가져왔다.


한계를
땅과 물. 진짜 같은 가짜 풍경이 펼쳐져 있다. 이 가상의 풍경 앞에 잠시 서 보자. 숲과 바다의 생명체들은 우리가 죽더라도 계속될 것들…. 인공의 기술로 재현한 이 화려한 풍경 앞에서 인간의 한계가 더욱 뚜렷이 체감된다. 한계가 무엇인지 알게 될 때, 두려워진다. 결코 가질 수 없는 것 앞에서 오만함은 작아진다.

숭고함을
도자공의 손을 떠난 흙덩어리는 가마 속 불길에 의해 개개의 형태와 색감이 결정된다. 진짜 출처와 용도는 알 길 없는, 물길에 떠내려온 물질들은 지금의 해변에 도착해 현재의 시간에 닿는다. 인간의 통제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물질 너머의 세계가 있다는 인식의 힘이 미약해질수록,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세계에 대해 기꺼이 무지와 무시를 행한다. 그렇게 영적이고 초월적인 거대한 세계에 순응했을 때, 그것이 가져다주는 평화로움을 우리는 너무나 가벼이 놓아버린다.

집단기억을
깊은 바다는 4.3의 기억을 여전히 안고 있는 해녀의 삶을 품어주었다. 장독대에 숨어 눈만 빼꼼히 내민 어린아이는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한동안 이곳 사람들은 말을 삼켰다. 시간이 흘러 예술가들은 노래와 랩, 시적 영상으로 이곳의 역사와 기억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당연한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기억. 말을 삼키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 섬 전체가 앓고 있는 것이 있다. 그 깊이와 크기는 감히 가늠할 수 없다.

질문과 방향을
색과 형태의 실험을 지속해 원하는 자기 형상을 찾고, 원형을 잃어가는 모습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록하는 예술가들의 작업은 자기 세계 안에서 크고 작은 질문을 하며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는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는 질문에 인색해졌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잃은 삶은 애처롭고 슬프다.


판타지와 이야기를
사람들은 매혹적인 판타지와 이야기에 반응하며 타인과 세계에 긴밀히 연결되고, 때로는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하기도 한다. 개인과 집단을 넘나들며 다양한 소수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이야기의 세계는 유한한 시간을 사는 우리에게 현재 너머를 경험하고 조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귀한 매개체이다. 이 판타지와 이야기가 멀어진 삶에서는 나와 다른 차원의 세상에 대한 탐색이 제한된다. 그렇게 현실 너머에 있는 이야기라는 안전한 세계를 통해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자라고, 자기 안에 허용될 수 있는 기회를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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